RNA 의약품 시대를 열어준 기업과 약품들
렉비오를 공부하면서 다른 siRNA 제제들이 어떤 것이 있을지 같이 공부를 해봤었습니다. 렉비오가 국내에서는 siRNA 의약품으로는 최초 허가 사례이지만 미국에서는 이미 수년 전부터 희귀 질환에 활용이 되는 siRNA 제품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의약품들은 대부분 한 회사에서 나왔는데 siRNA 치료제를 전문으로 하는 앨나일램 (Alnylam)입니다. 나스닥에 상장되어 있고 티커는 ALNY입니다.
여기서 소개해 드릴 약들은 대부분 siRNA 의약품이지만, 아닌 약들도 질환과 같이 좀 소개를 해 드리려고 합니다.
온파트로
미국에서 처음에 온파트로 (Onpattro)라는 상품을 시작으로 siRNA 제품의 판매가 시작 되었습니다. 온파트로는 트랜스티레틴 아밀로이드혈증 (Transthyretin Amyloidosis)이라는 희귀한 병에 사용되는 약입니다. 주로 유전으로 인해 생기는 질환으로 트랜스티레틴 (TTR)이라는 비타민A, 티록신의 전달체 역할을 하는 단백질에 이상이 생기면서 아밀로이드로 뭉쳐지는 질환입니다.
우선 용어 정리부터 조금 하고 진행하도록 하겠습니다.
아밀로이드, 굉장히 익숙한 단어일 것입니다. 이유는 이 질병 뿐만 아니라 알츠하이머 치매에서도 흔히 베타 아밀로이드가 형성이 된다고 알려져 있기 때문입니다. 아밀로이드가 무엇인가 하면 단백질들이 뭉쳐 비정상적인 덩어리를 이루고 있는 것을 아밀로이드라고 합니다. 아밀로이드를 계속해서 언급하는 이유는 이런 단백질 덩어리들은 비정상적이고, 인체 내에서 각종 장기나 기관에 쌓여 증상을 일으키는 병의 원인이 되기 때문입니다.
트랜스티레틴은 갑상선 호르몬을 전달하는 단백질 중 하나입니다. 한 가지만 더 사족으로 언급하자면 일반생물학을 배울 때에는 이런 단백질이 존재한다는 것 조차 배우지 않고, 갑상선 호르몬은 알부민이 전달한다고만 배우는데, 알부민이 전달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갑상선 호르몬을 혈중에서 운반하는 단백질은 크게 3가지가 존재합니다. 밑에 표를 보면 여러가지 약어가 있지만 앞서 언급한 트랜스티레틴 (TTR), 티록신 결합성 글로불린 (Thyroxine-binding Globulin, TBG), 그리고 인간 혈청 알부민 (HSA)이 있습니다. 이 중에서 질환의 원인은 TTR이 되고 있는 것입니다.
그래서 좀 짧은 사족을 더하자면 가장 많은 티록신의 운반을 담당하는 단백질은 TBG입니다. 혈중 갑상선 호르몬은 T4가 대다수이기 때문에 실제 운반 비중은 TBG가 가장 크고, 그 다음은 TTR, 가장 낮은게 HSA가 되겠습니다.
TTR은 정상적인 기능을 하고 있다면 안정한 4량체로 이루어진 상태로 작동을 합니다. 하지만 가족성 트랜스티레틴 아밀로이드혈증 (fATTR) 질환을 앓고 있는 사람들은 조금 다릅니다. 이 사람들도 처음에 단백질이 분비될 때에는 정상적인 4량체의 형태로 분비하나, 그 상태에서 해리가 됐을 때 비가역적으로 아밀로이드화 될 수 있는 형태로 변환이 되고 몸에서 계속해서 생성되는 트랜스티레틴으로 인해 지속적인 아밀로이드화가 이루어지고 시간이 지남에 따라 질병이 악화되는 과정을 거친다고 합니다.
온파트로 (Patisiran)은 TTR의 생성을 억제하는 약입니다. 렉비오와 비슷한 siRNA 의약품으로 세포 내에서 단백질 합성에 필요한 mRNA를 없애버리는 그런 약입니다. RNAi를 적용해서 의약품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을 실증한 최초 사례가 되겠습니다.
이 병에 대해서 조금 더 알아보자면, TTR의 아밀로이드화로 인해 생기는 문제는 크게 2가지입니다. 하나는 심근병증 (ATTR-CM, ATTR Cardiomyopathy)이고, 다음 하나는 말초신경병증 (ATTR-PN, ATTR Peripheral Neuropathy)입니다. 온파트로의 경우에는 심근병증에만 허가가 되어 있습니다.
투여 경로는 IV인데, 밑에 나올 암부트라와 함께 같이 비교해보면서 언급하겠습니다.
온파트로의 경쟁약, 빈다켈/빈다맥스
온파트로의 약제비는 미국에서 연간 약 45만 달러로 책정되어 있습니다. 보험이 되더라도 살인적인 약가입니다. 온파트로의 직접적인 경쟁약은 화이자의 빈다켈, 빈다맥스 (Tafamidis 20 mg, 61mg)입니다. 위 그림에도 나타나 있는데 작용 기전은 TTR 4량체를 안정화 시키는 것입니다. 아까 언급했듯이, 병의 진행은 4량체 구조가 해리되어 단백질의 단일체의 변형이 일어날 때 비가역적인 변형이 일어나는 것이 병의 진행 과정입니다. 그렇다면, 4량체 구조로 계속해서 유지 될 수 있다면 병의 원인인 변형 단백질이 만들어지지 않을 것이고, 이 약은 그 4량체 구조를 안정화 시키는 그런 약입니다.
빈다켈 (Tafamidis)는 온파트로와는 달리 일반적인 저분자약품으로 먹는 경구 캡슐 제형으로 나오고 있습니다.
빈다켈과 빈다맥스는 국내에도 허가가 되어 있습니다. 빈다켈과 같은 경우 20 mg 한알이 국내에서 141,900원입니다. 국내에서 ATTR-PN에 사용하는 용법으로 1년 약에 소요되는 비용은 20 mg 경우 약 5천만원, ATTR-CM의 80 mg 경우 1년에 약에 드는 비용이 약 2억원이 드는 약입니다. CM의 경우 빈다켈을 사용한다면 1일 1회 80 mg (4알)을 복용하도록 되어 있는데, 이를 4알 복용 용법 편하게 하기 위해 빈다맥스 (61 mg)가 나와 있는데 국내에선 비급여 상태고 실질적으로 사용되고 있지 않습니다.
개인적인 생각인데, 온파트로가 아마 국내 진입을 못한 이유는 아마 약가 때문일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딱히 엄청나게 우월한 약도 아니고, 투여하는데 번거로움도 있는데도 불구하고 약가만 해도 2배이기 때문에 굳이 약을 들여올 이유를 못 느끼는 것일 수 있습니다. 참고로, 우리 나라에서 최초로 허가된 렉비오처럼 6개월에 한번 맞는 약도 아니고 3주에 1번 투여를 해야 하는 약입니다.
온파트로의 진화, 암부트라 (Vutisiran)
앨나일램은 온파트로의 성공을 이어나가기 위해 지속적인 개발에 힘썼는데, 온파트로 (Patisiran)와 같은 ATTR이지만 신경병증을 타겟으로 투약 주기가 조금 더 긴 약을 출시합니다. 그게 암부트라 (Amvuttra, 성분명 Vutisiran)인데 온파트로에서 있었던 단점을 많이 보완하면서 출시했습니다.
우선 온파트로가 사용했던 siRNA를 세포 내로 전달했던 방식은 LNP입니다. LNP는 구조가 리포좀과 유사하지만 조금 다른 전달 기술입니다. 지질 나노 파티클 (Lipid Nanoparticle)의 약어이고 리포좀과는 다르게 화학적 상 (Chemical Phase)가 리포좀과는 달리 작은 고체입니다. 리포좀는 콜로이드로 농도에 따라 형성된 리포좀이 깨질 가능성이 있는데, 특히 인체 안에 투여 될 때 그렇습니다. 그런데 LNP는 고체니 그 어떤 농도라더라도 깨지지 않는 특성을 지니고 있습니다. 그래도 이렇게 지질을 사용하려면 바이알에서 재구성(reconstitution)을 해야 하고, 불순물 제거를 위해 바이알에서 시린지에 옮겨 담을 때 필터를 해야하는 번거로움이 있어 비전문가에게 맡길 수 없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사족이지만 이 LNP라는 전달 방식은 코로나19 당시 화이자와 모더나의 mRNA 백신들의 전달 방식으로도 채택되었습니다.
암부트라는 TTR 아밀로이드증의 좀 더 가벼운 증상인 말초신경병증에 사용되나 3개월에 1번 투약하도록 설계 되었습니다. 또, 무엇보다 siRNA를 전달하는 방식이 GalNac으로 LNP 처럼 재구성할 필요가 없다는 장점이 있는 것입니다. (GalNac에 대해서는 렉비오 글에서 설명했습니다.) 약가는 온파트로와 동일한 1년 약제비 45만달러에 맞춰져 있습니다.
그 외 의약품들
그 외에도 집라리 (Givlaari, 2019)와 같이 급성 포피린증을 치료하거나, 옥스루모 (Oxlumo, 2020)와 같이 원발성 옥살산혈증을 치료하는 siRNA도 온파트로 (2018)와 암부트라 (2022) 사이 미국에서 허가가 되었습니다. 이 모두 렉비오보다는 먼저 출시가 되어 상당히 많은 siRNA 의약품들이 과거에 출시 된 바가 있습니다. 이들은 렉비오를 제외하면 미국에선 허가를 얻었지만 국내에선 허가 되어 있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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