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발성 경화증 치료제 '마벤클라드' (ft. 1알당 가장 비싼 약)
이번에는 좀 흔하게 볼 수는 없는 그런 약에 대해 가져왔습니다. 다발성 경화증 치료제인 마벤클라드 (Mavenclad)라는 약입니다. 성분은 클라드리빈 (Cladribine)이고 매우 강력한 면역 억제제라고 이해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질환 배경
다발성 경화증에 대해서 먼저 설명해드리고 넘어가겠습니다. 다발성경화증 (Multiple sclerosis, MS) 은 중추신경계의 탈수초성 질환, 즉 신경세포의 축삭을 둘러싸고 있는 절연물질인 수초가 벗겨지는 병 중 가장 흔한 병이고 주로 젊은 연령층에서 발생하는 만성 염증성 질환입니다. 그 외 다른 탈수초성 질환의 예를 들어보면 시신경척수염범주질환 (neuromyelitis optica spectrum disorder, NMOSD)이 있습니다. 이 병은 시각장애 또는 실명을 일으키는 대표적인 탈수초 질환의 하나입니다. MS에 쓰이는 약이 면역 억제제인 이유는 질환이 근본적으로는 자가 면역 질환이기 때문입니다.
이 약의 적응증 명칭을 보면 재발성 이장성 (Relapsing-Remitting, RR) 다발성경화증 (합쳐서 RRMS)에 사용합니다. 재발성 이장성이라고 하면 치료 후 재발한 것과 같이 생각이 드는데 그런 것은 아니고 MS 질환이 나타내는 한 가지 국면이라고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위 표를 보면 시간과 증상의 강도의 상관관계를 보면서 어떤 국면에 있는지 알 수 있다고 합니다. RRMS의 경우 증상의 강도가 크게 높아지진 않다가 회복기간에 돌입하게 되는데, 이 주기가 수개월 내지 수년 동안 진행될 수 있다고 합니다. 이 질환이 발병이 되면 10년 이내로 이차 진행성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약 50% 정도라고 합니다. 즉, 일단 발병하고 나면 약으로 관리를 하는 것이 질환이 발전할 가능성을 막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물론 아무런 치료 없이도 삶에 크게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경우도 존재합니다.
마벤클라드는 엄청난 고가약, 특이한 복용법
이 약의 총 치료 요법은 평생 두 개의 사이클만 돌면 됩니다. 한 사이클은 연 1회 2주동안 복용하게 되는데, 복용 스케줄도 연속 2주가 아닌 첫 번째 월차 첫 째 주 1알 내지 2알을 4-5일 동안 매일 먹고, 돌아오는 달 첫 째 주 1알 내지 2알을 4-5일 동안 먹는 방식입니다.
정확한 복용 스케줄을 알기 위해서는 아래 표를 참조해야 합니다.
체중에 따라 1주차와 2주차에 먹을 마벤클라드정의 총량을 결정합니다. 예를 들면 60 kg의 환자는 1주차에 총 6알, 2주차에도 마찬가지로 6알을 먹는 것입니다.
6알을 먹게 되는 주차에는 첫 날에만 2알을 먹고, 나머지 4일 간에는 매일 1알씩 먹게 되는 것입니다.
굉장히 특이한 복용 스케줄을 따라야 하고, 표 없이 쉽게 설명할 방법이 없습니다. 물론 환자 입장에서는 처방대로 복용하면 되겠지만 처방 검토하는 입장에서는 이 표를 참조해야 합니다.
약가는 1알에 1,958,804원입니다. 1 박스에 1알씩만 들어있습니다. 복용법은 환자 체중에 따라 조금 달라집니다. 따라서, 소요되는 약 비용은 체중에 따라 변할 수 있지만, 평균 60 kg를 가정하고 2년차까지 모두 복용했다고 했을 때에 총 24알을 먹게 됩니다. 약 4700만원이 약의 비용으로 소요가 되는 약이 되겠습니다.
마벤클라드 기전 (Mechanism of Action)
위를 보시면 이는 클라드리빈의 구조입니다. 사실 어디서 많이 보셨을 수도 있는데, 이 약의 정체는 항암제기도 합니다.
아데노신의 유사체로 수소가 있어야 할 자리에 염소가 붙어있습니다. 아데노신의 탈아민화를 억제하는 효과를 나타냅니다. 아데노신 탈아민화효소 부족증 (ADA)을 인위적으로 유발함으로 세포성 면역 결핍 (SCID)를 유도하는 약입니다. 이런 세포성 면역 결핍이 질환으로 나타나는 경우는 유전적으로 ADA가 있는 경우도 있겠지만, HIV 환자들 가운데에서도 나타나는 그런 증상입니다. 클라드리빈을 이용해 면역 결핍 증상을 유도해 자가 면역 질환을 조절하는 것입니다.
디옥시시티딘 카이네이스 (Deoxycytidine Kinase, DCK)가 세포 내로 들어온 클라드리빈에 인산을 붙이면 이 삼인산 클라드리빈이 아데노신 탈아민화효소 (Adenosine Deaminase, ADA)의 활성부에 붙어서 억제하는 역할을 합니다. 클라드리빈으로 인해 억제된 ADA로 인해 아데노신이 이노신으로 분해되지 못하고 많아지면게 되면 삼인산 아데노신 (ATP)의 농도가 증가하는데, 세포 내부에서 ATP의 농도가 일정 수준 이상으로 높아질 때 세포 안에서는 DNA 수선을 억제하게 되고 세포 사멸을 유도하게 됩니다. 이게 특히 B, T 림프구와 같은 세포에서 더욱 치명적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적절한 약의 농도에서 림프구 세포 자멸을 유도하게 됩니다. 활성화된 림프구들이 다발성 경화증에 관여를 하기 때문에 클라드리빈은 이 세포들을 사멸 시킴으로 질환의 원인을 제거하는 것이 치료 메커니즘입니다.
메커니즘을 들어보면 ‘항암제로도 할 수 있을 것 같은데?’와 같은 생각을 해볼 수 있고, 공교롭게도 이 성분의 최초 출시는 류스타틴 (Leustatin)이라는 주사제였고 적응증은 모상세포백혈병 (Hairy Cell Leukemia)에 사용되는 약이기도 합니다.
최근에 전신성 중증근무력증 (Generalized Myasthenia Gravis, gMG)에 대한 임상 결과도 좋아서 면역질환에 대한 적응증 확대를 기대하고 있는 약이기도 합니다. 적응증 확대가 된다면 조금 더 흔하게 볼 수 있는 약이 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봅니다.
출처:
- https://www.merckgroup.com/kr-ko/expertise/mavenclad.html
- https://healtho.co.kr/news/view/1620800422/all/138509
- https://www.frontiersin.org/journals/neurology/articles/10.3389/fneur.2022.824926/full
- https://www.researchgate.net/figure/Fig-2-Schematic-presentation-of-2-CdA-pathways-2-CdA-MP-cladribine-monophosphate_fig1_5630836
- https://www.yakup.com/news/index.html?mode=view&cat=16&nid=298890